상강 · 10월 23일경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단풍이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겨울을 준비합니다.
서리가 내려앉는 아침,
단풍은 깊어지고 가을은 무르익습니다.
몸과 마음의 온기를 지키며
다가올 겨울을 천천히 준비하세요.
PART 03 · 숫자를 읽다
놓치기 쉬운 아래 혈압,
이완기 혈압 이야기
오늘의 건강 숫자: 90
오늘의 핵심
오늘의 숫자 90은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했을 때
이완기 혈압(아래 혈압)의 고혈압 기준입니다.
Key Number
90
진료실 이완기 혈압(아래 혈압) · mmHg
Reading Numbers / 02
건강 숫자에 담긴 의미를 살펴봅니다
〈숫자를 읽다〉는
건강과 관련된 숫자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는 이야기입니다.
병원이나 건강검진에서 만나는 여러 숫자는
단순히 ‘정상’과 ‘이상’을 가르는 기준만은 아닙니다.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조금 더 살펴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익숙하지만 어렵게 느껴졌던 건강 숫자들이
실제 내 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하나씩 쉽고 정확하게 풀어봅니다.
The Lower Number
놓치기 쉬운 아래 혈압, 이완기 혈압 이야기
건강관리를 위해 집에서 혈압을 재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료실에서도 평소 혈압은 어떤지를 물어보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합니다.
“매일 재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는 130 정도였어요.”
그런데 기록을 함께 보면
실제 측정값은 130/95mmHg인 경우가 있습니다.
혈압은 앞의 숫자뿐 아니라 뒤의 숫자도 중요합니다.
위에 있는 130은 기억하지만,
아래에 있는 95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던 것이지요.
혈압계에는 두 숫자가 나란히 표시됩니다.
위 숫자는 수축기 혈압, 아래 숫자는 이완기 혈압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조금 덜 주목받았던 아래 숫자 이완기 혈압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Diastolic Pressure
심장이 잠시 쉬는 동안에도
혈관 속 압력은 남아 있습니다
수축기 혈압(위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의 압력이고,
이완기 혈압(아래 혈압)은 다음 박동이 시작되기 직전의 압력입니다.
그런데 심장이 힘을 풀었다고 해서 혈관 속 압력이 0이 되지는 않습니다.
혈액을 받아 늘어났던 큰 동맥이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면서 혈액을 계속 밀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말초의 모세혈관이 혈액의 흐름을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에 따라서도 압력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아래 혈압에는 말초의 모세혈관에서 생기는 저항, 큰 동맥의 탄력, 심장이 뛰는 속도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아래 혈압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혈관이 막혔다”거나 “혈액이 끈적끈적해진 것이다”고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What to Check
아래 혈압이 높다면
무엇을 함께 살펴보아야 할까요?
우선 위 혈압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같은 아래 혈압 95라도 130/95인지, 160/95인지에 따라 전체 혈압 상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맥박과 측정 당시의 상황도 기록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서둘러 움직인 직후였는지, 충분히 쉬고 측정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이러한 디테일의 기록과 나이, 복용 중인 약, 당뇨병이나 콩팥병처럼 함께 앓고 있는 질환을 종합해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게 됩니다.
The Word “Or”
90이라는 숫자와 함께
기억해야 할 말은 ‘또는’입니다
우리나라 진료실 고혈압 기준은 위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아래 혈압 90mmHg 이상일 때입니다.
두 숫자가 모두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말은 ‘또는’입니다.
예를 들어 진료실에서 측정한 150/80은 위 혈압이, 130/95는 아래 혈압이 고혈압 기준 이상이 됩니다.
위 혈압은 140 미만인데 아래 혈압만 90 이상인 경우를
‘단독 이완기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위 혈압이 고혈압 기준보다 낮아도 아래 혈압만 높은 상태입니다.
2026년 대한고혈압학회 지침에서는
이 내용을 혈압 분류에 있어 새롭게 명시했습니다.
다만 89까지는 안전하고 90부터 갑자기 위험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90은 혈압 상태를 구분해 살펴보기 위한 기준입니다.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바로 확정하기보다, 올바르게 다시 재고 여러 번 측정해도 높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Today's Number
오늘의 숫자 90은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했을 때
이완기 혈압(아래 혈압)의 고혈압 기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 측정 환경 | 수축기 혈압 | 이완기 혈압 |
|---|---|---|
| 진료실 혈압 | 140 이상 | 90 이상 |
| 가정혈압 평균 | 135 이상 | 85 이상 |
| 24시간 활동혈압 평균 | 130 이상 | 80 이상 |
여기서 단위는 mmHg(혈압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24시간 활동혈압은 작은 혈압계를 몸에 착용한 채 낮과 밤에 여러 번 측정하고, 그 결과를 평균 낸 혈압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각 행에서 위 혈압과 아래 혈압 중 하나만 기준 이상이어도 고혈압 범위에 해당합니다.
Home Readings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잰 아래 혈압이 87이라고 해서 “90 미만이니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집에서 며칠 동안 정확하게 잰 평균 아래 혈압이 85 이상인지 살펴보세요.
집에서 잰 혈압은
한 번의 숫자보다 며칠 동안 측정한 평균이 중요합니다.
다만 이 숫자는 고혈압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기준으로, 이미 치료받고 있는 분의 목표 혈압은 나이와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How to Measure
혈압이 갑자기 높게 나왔다면
측정 조건부터 확인해주세요
혈압을 재기 전 30분 동안은 흡연과 카페인 섭취, 운동은 피해주세요.
소변이 마렵다면 먼저 화장실에 다녀온 뒤,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5분 정도 쉬어 주세요.
등은 등받이에 기대고, 다리를 꼬지 않은 채 두 발을 바닥에 둡니다.
팔에 감는 혈압계 띠(커프)는 팔 굵기에 맞는 것을 사용하고, 팔은 심장 높이에 편안히 받쳐주세요.
측정하는 동안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약 1분 간격으로 두 번 측정하고, 두 값을 모두 기록해주세요.
낮게 나온 값만 골라 적기보다는 측정값을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평소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능하면 7일 동안 아침과 저녁에 혈압을 기록해보세요.
아침에는 일어난 뒤 화장실에 다녀오고, 식사와 아침 혈압약을 먹기 전에 재면 좋습니다.
저녁에도 비슷한 시간에 측정해보세요.
이런 루틴의 기록을 진료 시 함께 보여주시면 정확한 진단과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Daily Life & Treatment
반복해서 아래 혈압이 높다면
생활과 치료를 함께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래 혈압이 계속 높게 나온다면
평소 식사와 활동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이나 찌개의 국물을 덜 먹고, 짠 반찬과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과음을 피하고, 몸 상태에 맞는 규칙적인 운동을 이어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체중이 과한 경우에는 체중 관리도 함께 필요합니다.
이미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위 숫자가 괜찮다는 이유로 임의로 줄이거나 중단하지 마세요.
아래 숫자까지 기록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Take Home Message
다음부터는
두 숫자를 함께 말씀해주세요
다음에 혈압을 재신다면 아래 숫자에도 잠시 눈을 돌려주세요.
그리고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아침 혈압은 130에 95였어요.”
두 숫자를 함께 알려주시는 작은 습관이 혈압 상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번 호에서 기억하실 숫자는 90입니다.
References
〈이 글을 작성하며 참고한 자료〉
1. 이완기 혈압에는 무엇이 영향을 줄까요?
이 글에서 참고한 부분심장이 이완하는 동안에도 동맥의 압력이 유지되는 원리와, 혈관의 저항·탄성 등이 혈압에 함께 영향을 준다는 설명을 참고했습니다.
참고 자료Magder S. The meaning of blood pressure. Critical Care. 2018;22:257.
2. 진료실과 가정의 혈압 기준은 왜 구분할까요?
이 글에서 참고한 부분진료실·가정·24시간 활동혈압의 진단 기준, 반복 측정의 필요성, 개인의 위험도를 함께 고려하는 평가 및 치료 원칙을 참고했습니다.
참고 자료Kim HL, et al. The 2022 focused update of the 2018 Korean Hypertension Society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hypertension. Clinical Hypertension. 2023;29:11.
3. 집에서는 혈압을 어떻게 재고 기록하면 좋을까요?
이 글에서 참고한 부분측정 전 준비, 아침과 저녁의 측정 시점, 반복 측정과 며칠간의 기록, 가정혈압 평균을 활용하는 방법을 참고했습니다.
참고 자료Ihm SH, et al. Home blood pressure monitoring: a position statement from the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Home Blood Pressure Forum. Clinical Hypertension. 2022;28:38.
4. 2026년 지침에서는 단독 이완기고혈압을 어떻게 다루었나요?
이 글에서 참고한 부분단독 이완기고혈압을 혈압 분류에 명시적으로 포함한 변화와, 전체 심혈관 위험 및 개인의 상태를 고려하는 관리 방향을 참고했습니다.
참고 자료Lee EM, et al. Highlights of the 2026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hypertension: what’s new and what has changed. Clinical Hypertension. 2026;32:e31. DOI: 10.5646/ch.2026.32.e31.
건강구독 월간이안 · 숫자를 읽고, 몸의 상태를 생각합니다.
PART 04 · 진료실에서
한약은 과연
간에 좋은가? 나쁜가?
오늘의 질문 02
오늘의 핵심
중요한 것은 한약이 간에 좋으냐 나쁘냐 식의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환자의 간 상태와 질환에 맞는 약재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In the Clinic / 02
진료실에서 자주 받았던 질문을 함께 풀어봅니다
〈진료실에서〉는
그동안 진료하며 환자분들께 자주 받았던 질문을 함께 풀어보는 이야기입니다.
진료가 끝나고 나면 꼭 하나씩 궁금한 것이 생기지요.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될까?”
싶어 그냥 돌아섰던 질문도 괜찮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질문들,
하나씩 쉽고 편안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답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이안한의원 청담점 이정훈 대표원장님의 답변입니다.
02 / Question 02
한약은 과연 간에 좋은가? 나쁜가?
진료실에서 한약을 처방하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원장님, 한약을 먹으면 간에 안 좋다던데요?”
“한약을 오래 먹으면 간이 나빠지는 것 아닌가요?”
그럴 때 저는 오히려 환자분께 질문을 하나 드립니다.
“그렇다면 한방 삼계탕도 간에 나쁜 음식일까요?”
우리가 흔히 먹는 한방 삼계탕에는 인삼, 황기, 대추, 감초 등 여러 가지 한약재가 들어갑니다.
어떤 제품에는 12가지 이상의 한약재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약재가 간에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한약재를 넣어 만든 삼계탕 역시 간에 나쁜 음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삼계탕에 들어가는 한약재와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한약은 사용 목적이나 약재의 양, 복용 기간 등이 다릅니다.
따라서 삼계탕을 먹어도 괜찮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한약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약재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간에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도 먹는 양과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약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약재를 얼마나 사용하며
누가 어떤 상태에서 복용하는가입니다.
Metabolism
간에서 대사된다는 것과
간을 손상시킨다는 것은 다릅니다.
간은 우리 몸에 들어온 영양소와 약물 등 다양한 물질을 처리하는 중요한 장기입니다.
음식이나 약물을 통해 들어온 물질을 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거나, 필요 없는 물질을 배출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의학적으로 ‘대사(代謝)’라고 합니다.
하지만 간에서 어떤 물질을 대사한다고 해서 반드시 간세포가 손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간에서 처리되는 물질이라는 사실과 간에 해로운 물질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What Studies Show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약도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간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위험은 알려진 인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2025년 국내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간 손상 진단 환자 약 67만 명의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과 간 손상 위험 증가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 발표된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도 한약 처방 전후 간 기능 검사자료 2,791건을 분석한 결과, 간 수치(AST·ALT)가 평균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간 손상 검사 기준에 해당한 사례는 단 2건(0.07%)이었으며, 한약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부 한약재에 의한 간 손상 가능성은 존재하며, 기존 간질환이 있는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한약은 간에 나쁘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실제 과학적 근거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한약의 안전성은 막연한 선입견이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 결과와 환자의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한약은 전문 한의사의 처방으로 이루어진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Herbs & the Liver
간 기능을 돕거나 간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한약재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간 기능을 돕거나 간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한약재와 처방을 활용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오미자는 간세포 보호와 항산화 작용이 연구되고 있으며,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도 간 손상 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인진호는 전통적으로 황달과 간담도 질환에 사용되어 왔으며, 담즙 배출을 돕고 간세포 손상을 줄이는 작용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인진호가 포함된 인진호탕 관련 임상연구 20편, 환자 1,591명을 분석한 결과, 담즙정체성 간염 환자의 간 수치와 빌리루빈 수치 개선에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한약재는 단순히 간에서 대사되는 물질이 아니라, 간 기능 개선과 간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오미자와 같은 개별 약재의 실험적 효과와 인진호탕처럼 여러 약재를 조합한 처방의 임상적 효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Take Home Message
한약은 과연 간에 좋은가? 나쁜가?
중요한 것은
한약이 간에 좋으냐 나쁘냐 식의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환자의 간 상태와 질환에 맞는 약재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건강구독 월간이안 · 진료실의 질문을 함께 풀어봅니다.